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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길에서 쓴 혁명의 서 담벼락에 새긴 혁명의 서 2012/05/17 19:20 by 빨간공책

나는 쓴다,

혁명은 피어난다,

꽃으로 피어난다고

 

그동안 압제와 착취에 신음하던 꽃들의 승리를 예감하며,  오후 다섯 시, 석유로 돌아가는 전기, 전기로 순환하는 바람을 느끼며 사무실 한 켠에서 나도 꽃처럼 피어나리라, 혁명처럼 피어나리라, 오후 여섯 시를 기다린다.

 

나는 언젠가 붉고 굵게 그래피티하리라,

저 꽃들 위 담벼락에

꽃들은 끝내 승리하리라, 혁명만세라고

여린 꽃대들이 낭창낭창 흔들리며 바람과 물과 나무들의 연대와 동맹,

그리하여 마침내 만물의 근원이 4대 원소와 꽃씨 세포에게 있음을 만천하에 선포할 혁명,

세계의 주인은 니가 아니라 꽃이다, 꽃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니 자유와 해방을 성큼 앞당겨 주리라,

 

나는  언젠가 오후 여섯 시 사무실을 빠져나와 그래피티할 것이다

복면을 벗어던지고 완전 민낯으로

장미보다 붉은 혁명적 낙관주의로 철저히 무장하여

나는 쓸 것이다,

꽃들은 끝내 승리하리라,

혁명만세

 

너는 동요를 멈추고 꽃들의 헤게모니를 따르라,

저 공구리 친 바닥 위에서도 셀을 확장하며 무진장 뻗어가는 꽃들에게

어디서나 요새를 에워싸고 진지전과 기동전을 절묘하게 구사하는 저 꽃들에게

꼿꼿이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면서 혁명하는 저 꽃들에게

니들의 요새를 점령하여 반란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노래하는 저 꽃들에게

저 꽃들에게 영도성이 있음을 승인하며,

너와 나의 침로를 찾자

 

나는 저 꽃들 위 담벼락에 장미보다 더 붉은 스프레이로 쓸 것이다

혁명은 피어난다 꽃으로 피어난다고

꽃들, 혁명만세라고

꽃들이 니들 운명의 주인이 되는 이십 일 세기, 새로운 혁명

저 공구리 바닥 어디에서도 셀을 확장하며

어디서나 요새를 점령하여 낭창낭창 부드럽게 꽃대를 흔들며

동요하는 너의 뒷덜미를 잡아채 전진 또 전진,

곳곳 동네방네 온 세계가 꽃으로 물들 때까지 전진 또 전진하는

영속혁명,

혁명은 꽃으로 피어난다

 

어느날 오후 여섯 시 나는 사무실을 빠져나와 저 꽃들 위 담벼락에

그래피티 할 것이다,

장미보다 붉게 새길 것이다

꽃들은 승리할 것이다, 혁명만세

 

*

오자, 탈자, 비문 따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쓰는 참이다. 나는 이 글이 참 과장되었다는 걸 인정한다. 그렇지만 과장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글을 쓸 것인가. 나는 차라리 가능하다면 엄청난 과장과 비약을 내 글에다 끌어대고 싶다. 더욱 더 확 나아가지 못하는 나의 글발이 아쉬울 따름이다.

또 이 글에 대해서 느낌이 크게 좋지 않을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요사이 문제가 되는, 어떤 분파들의, 무슨 '철학적 원리'에서 말하는, 유일한 지도자의 영도를 따르는 '자주적 인간'(그게 왜 자주적이지?)이 지구의 절대 주인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과 대비를 시키는 듯, 마는 듯 꼬집었다. 그 뿐일 것인가. 인간 그 가운데서도 '계급적 인간' 따라서 그 가운데서도 절대 다수인 특정 계급이 아니라 꽃을 지도계급이라고 지껄여놓았으니, 얼마나 한심하다 할 것인가. 그런데도 나는 그런 비난이야 감수하고, 그 화살을 다 맞고서 흘러내리는 피로써 쓸 것이다. 꽃보다 인간이?, 아니 꽃이 더! 꽃들은 그 자체가 혁명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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